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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릉

김포장릉 학술이야기

장릉 숲 이야기

산림으로 둘러싸인 곳의 왕릉

조선 16대 인조의 아버지 원종이 잠들어있는 장릉은 경기도 김포시에 위치한다. 김포는 평야로 이루어져 산이 매우 드문데, 특히 도심권 내에서는 장릉이 위치한 장릉산이 유일하다. 장릉을 비롯한 조선 왕릉의 주변은 산세로 겹겹이 둘러싸여 있으며 강한 폐쇄성과 안정성, 중층성을 확보하고 있다.

장릉과 자연. 장릉의 남쪽으로는 연을 가득 심어놓은 연지가 있다.

왕릉의 공간을 조영하는 법칙

능역 내의 공간도 조선 왕릉만의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왕릉은 보통 봉분이 있는 성역 공간과 정자각 등 제사를 지내기 위한 시설들이 위치해 있는 제향 공간으로 나뉘는데 이 두 공간은 높낮이에 차이를 두었다. 따라서 봉분이 있는 성역 공간에 서면 아래의 제향 공간이 한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반대로 아래쪽의 정자각 부근에서는 정자각, 비각, 수복방 등의 부속건물과 우거진 수풀 등 때문에 위쪽 능침이 있는 성역 공간이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는 능역에서 가장 상위개념의 공간인 성역 공간의 폐쇄성을 높이기 위한 설계이다. 따라서 우리는 정자각 쪽에서 잘 보이지 않는 위쪽을 바라보면서 조선 왕릉의 성역으로서의 신비감, 권위성, 엄숙성을 느끼게 된다.

조선 왕릉과 그 부근의 나무 이야기

장릉을 빠져나오면 그 부근으로는 울창한 장릉 숲이 펼쳐져 있다. 이 숲은 자생한 수풀과 사람이 심은 인공림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장릉 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조선 왕릉에서는 인공으로 숲을 조성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으며 조성된 산림은 철저하게 관리되었다.
능을 조영할 당시 심었던 나무의 종류는 알 수 없으나 지금까지 숲에 남아있는 나무들과 1920년 ~ 30년대에 조선총독부에서 발행한 『조선고적도보(朝鮮古蹟圖譜)』에 의하면 능의 좌우 및 후면에는 소나무를 심었다. 한반도에는 약 5000년 전부터 현재와 같은 소나무림의 경관이 성립되어 196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삼림에서 가장 많은 면적을 차지하였으며,『양화소록(養花小錄)』에 의하면, 소나무가 풍수사상에 의해 선정된 명당자리에 심는 가장 중요한 수목으로 취급되었다고 한다. 한편 능의 전면인 남쪽의 낮은 지대에는 오리나무를 주로 심어 무성한 숲을 이루게 하였다.

역사의 숲 조선 왕릉

조선 왕릉의 주위로는 장릉 숲 이외에도, 광릉 숲, 헌릉 오리나무 숲 등 푸르게 조성된 숲들이 산재해있다. 우리는 이 숲을 거님으로서 맑은 공기와 푸른 시야의 자연을 만끽할 뿐 아니라 수백 년 전 조선의 역사를 산책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