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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릉

헌릉·인릉 학술이야기

헌릉 오리나무숲 이야기

생태경관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오리나무숲

양재동 동쪽 대모산의 남쪽 기슭에 위치한 헌인릉은 조선 3대 태종과 원경왕후가 모셔진 헌릉, 조선 23대 순조와 순원왕후의 인릉이 합쳐진 이름이다. 능 아래쪽에는 17,000여 평에 오리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이 숲은 2005년에 서울시에서 생태경관 보전지역으로 지정하였다.

정성 들여 가꾼 능역의 전통 숲

조선 왕릉은 능 조영 당시 입지 선정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고, 풍수지리상의 길지를 엄선하여 결정하였으므로, 두말할 나위 없이 훌륭한 입지를 지녔다. 이렇게 풍수지리에 근거한 자연경관에 입지하고 있어 특별한 관리나 계획이 필요치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일부 사료에 따르면 능역의 산림은 인공적으로 조성되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요소보다도 철저히 관리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헌릉의 오리나무숲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이 꽃은 숲 주변에 무리를 지어 피는 고마리꽃이다.

능을 조영할 당시에 새로 심었거나 관리된 나무의 종류는 알 수 없으나 지금까지 남아 있는 나무들과 1915년~1935년에 조선총독부에서 조사,발행한 『조선고적도보』에 의하면 능 조영 시 능의 좌우 및 후면에는 소나무를, 전면인 남쪽의 낮은 지대에는 오리나무를 심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리나무는 우리나라에 집단적으로 자생하는 지역이 희귀함을 감안할 때 능의 전면에 인공적으로 심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오색딱따구리가 출현하는 왕릉의 숲

오리나무는 5리마다 한 그루씩 심어놓고 이정표로 썼다고 해서 이와같은 이름이 붙여질 만큼 예전엔 흔했던 나무이다. 그러나 산기슭, 밭둑길, 개울가와 같이 새로 개발하기 딱 좋은 곳에 살곤 해서인지 지금은 매우 보기 어려운 나무이다. 헌인릉 주변 오리나무숲 일대는 지하수가 풍부하고 토심이 깊어 서울에서는 둔촌동 생태경관보전지역과 더불어 오리나무 군집을 형성하고 있다. 또 곳곳에 물웅덩이와 소규모 수로가 있어 물봉선, 삿갓사초, 애기나리, 둥굴레, 붓꽃 등 다양한 습지성 식물이 자라고 오색딱따구리, 꾀꼬리, 박새 등도 출현하고 있다.

조선 왕릉이 후대에 물려준 선물

조선 왕릉을 조영할 당시 왕실에서 들였던 공은 현재 우리에게 당시 왕실 문화와 역사를 알 수 있게 하는 문화적 유산을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21세기의 도심 속에서 한국 전통 숲의 맑은 공기와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쉼터를 안겨주었다. 조선 왕릉은 후대의 우리에게 맑은 역사의 숲을 산책할 수 있는 큰 선물인 셈이다.